아직은 꽃이고 싶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고
깊은 밤 빗소리에
흐느끼는 가슴으로 살고 싶다.
귀뚜라미 찾아오는 달밤이면
한 권의 시집을 들고
달빛 아래 녹아드는
촉촉한 그리움에 젖고
가끔은 잊혀진 사랑을 기억해내는
아름다운 여인이고 싶다.
아줌마라고 부르지 마라.
꽃보다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
저무는 중년을
멋지게 살고 싶어하는
여인이라고 불러다오.
내 이름을 불러다오.
사랑스런 그대라고 불러다오.
가끔은 소주 한 잔에 취해
비틀거리는 나이지만
낙엽을 밟으면 바스락거리는
가슴이 아름다운 중년의
멋진 여인이라고 불러다오.
아직은 부드러운 남자를 보면
가슴이 울렁거리는 나이
세월의 강을 소리없이 건너고 있지만
꽃잎같은 입술이 달싹이면
사루비아 향기가 쏟아지는 나이
이제는 아줌마라고 부르지 말고
사랑하고 싶은 여인이라고 불러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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